목록MZ세대, 돈버는 방법/#만제의생각상자 (6)
대한민국MZ 만제
26살이 되어서 대학을 다시 가겠다는 언니가 있었다. 다음날, 언니는 연세대학교 수학과를 자퇴했다. 선자퇴 후통보로 언니는 본가에서 쫒겨났다. 그 덕에 나는 언니와 지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언니는 영화를 좋아했다. 영화를 감상하는 깊이도 놀라웠다. 대학 과제와 시험으로 바빠도 영화는 꼬박꼬박 볼 만큼 영화광이었다. 대학 동아리에서 영화를 제작하기도 하고 독립영화 제작에 참여하기도 하며 영화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여줬다. 나는 언니의 작품을 좋아했고, 언니가 수학과에 간 건 신의 실수라는 농담을 자주하곤 했다. 그러던 날, 언니는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수학과를 자퇴했다. 그리고 등록금을 보태 500만원짜리 카메라를 샀다. 우리는 그날 파티를 했다. 사실 마음 속으로는 언니가 너무 대책 없는 건 아닐까 걱..
고등학교 3학년. 학기 초에 담임선생님은 장래희망 조사를 한다. 나는 '시인'이라고 적었고, 선생님의 첫 질문은 '대학에 갈 생각이 없니?' 였다. 내가 대학보다 간절히 원했던 꿈 덕분에 나는 '찍힌 애'가 되었다.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글을 잘 써야한다. 매년 주요 대학과 문학인을 기념하는 재단에서는 백일장 대회를 개최하고 문인을 발굴하고자 한다.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그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승인이 필요한데, 나의 담임 선생님은 승인을 받기 위해 내가 들고 간 글을 그대로 쓰레기 통에 넣었다. 승인 도장 대신 매번 돌아오는 말은, 내가 학급의 면학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의 학교는 주말, 방학에도 강제로 자율학습에 참여했어야 했는데, 백일장을 위해 빠지는 것은 불공평하..
나의 2016년은 감성으로 가득차 있다. 문하생 시절, 만나는 사람이라곤 시인, 습작생, 연극 배우들이었다. 몇년 전부터 '김은희의 남자'로 주목 받기 시작했던 장항준 감독의 돈없는 시절 그 이야기는 너무나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매일 예술하는 친구들과 모여 영감의 값은 비싸다며 술마시던 기억때문일까. 당시 우리는 순수문학의 위기와 자본주의가 얼마나 쓰레기 같은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진짜 예술은 모르고 B급 영화나 소설에 돈을 쓰는 대중들에게 분노했고, 돈 많은 사람들은 세상을 구조화 시킨다고 분노했다. 이러한 이유로 '진짜 예술가'들이 배고픈 거라고. 대학을 입학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공대친구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정말 '일' 같았다. 사고방식과 관심사가 전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일이란..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는 언제나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로 가득하다. 파스텔 컬러 표지에 귀여운 일러스트, 헬조선에서 살기 힘들지만 그래도 괜찮아 같은 뉘앙스의 제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을 오래전 부터 봐왔다. 나도 표지에 고양이가 그려져있으면 귀여워서 괜히 책을 펼쳐보곤 한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만 찾아 보시는 분들과 몇가지 생각을 나눠보고자 한다. 사실 난 살면서 딱 1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거 읽고 독후감 쓰면 10만원 문화상품권 준다는 사서부 이벤트에 마케팅 당해서 읽게 되었다. (그러니 독서 인생 리스트에 넣지 않겠다!) 나는 언제나 학창시절 독서1등 학생으로 뽑혔지만 그 중에 자기계발서는 단 한권도 없었다. 그 이유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1. 비슷한..
2020도쿄 올림픽으로 전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4년의 준비 끝에 자랑스러운 국가대표 선수들이 각 종목에서 승부를 겨루고 있다. 양궁에서 최연소 금매달리스트가 된 김제덕 선수는 온 국민과 메스컴의 주목을 받았으며, 올림픽 3관왕 안산 선수, 남자 펜싱 사브르 금메달 오상욱 구본길 김정환 김준호 선수도 뜨거운 환영 속 귀국을 했다.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선수들 모두가 4년의 준비기간 동안 피땀눈물을 흘린다. 지옥같은 훈련과 부상을 견디며 그들이 세계1위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대표 선수들은 목표지향적인 삶을 산다. 이유야 어러가지가 될 수 있다. 세계1위가 되기 위해. 가족을 위해. 연금을 받기위해. 주목을 받기 위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국가의 자랑으로 기억되기 위해. +일반인인 내가 ..
한달에 60만원만 벌고 예술하고 싶었던 예술가 시절이 있었다. 당시 영어 강사로 월 30만원 벌면서 예술가 동기들과 술 마시는데 120만원을 썼다. 그래도 예술의 값은 비싸다며 합리화를 하곤 했다. 아주 멍청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돈 공부를 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게 벌고 많이 쓴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용카드를 쓰고, 대출을 받는다. 때문에 그들의 수중에는 언제나 '돈'이 있다. 적금을 든 통장과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사는 집, 명품 가방을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명품 가방을 들고,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다. 욕망은 건강한 것이며 삶의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중요한 것은, 욕망을 실현시키는 시점이 어디인가이다. 나는 이 욕망을 감당할 여건이 되는가? 자문해보아야한다. 한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