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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제의생각상자5_열정: 사랑과 미움이 열정을 만들어 낸다

대한민국 만제 2021. 8. 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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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3학년. 학기 초에 담임선생님은 장래희망 조사를 한다. 나는 '시인'이라고 적었고, 선생님의 첫 질문은 '대학에 갈 생각이 없니?' 였다. 내가 대학보다 간절히 원했던 꿈 덕분에 나는 '찍힌 애'가 되었다.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글을 잘 써야한다. 매년 주요 대학과 문학인을 기념하는 재단에서는 백일장 대회를 개최하고 문인을 발굴하고자 한다.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그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승인이 필요한데, 나의 담임 선생님은 승인을 받기 위해 내가 들고 간 글을 그대로 쓰레기 통에 넣었다.

 

  승인 도장 대신 매번 돌아오는 말은, 내가 학급의 면학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의 학교는 주말, 방학에도 강제로 자율학습에 참여했어야 했는데, 백일장을 위해 빠지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했다. 나는 분노했다. 당시 사업가셨던 나의 아버지 역시 시인이라는 꿈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한다며 '글 같은 건 취미로 써라' 대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라 라고 했다. 꿈에 대한 재능과 확신이 있었지만, 주변 환경이 뜻처럼 따라주지 않는 것은 19살이 겪긴 슬프고 분노스러운 일이었다.

 

  어느날 친하지 않았던 한 친구가 수첩을 들고 내게 찾아왔다. 나에게 팬을 내밀며 말했다. "싸인 좀 해줘." 나는 팬을 들고 얼떨떨해 했고, 친구는 내게 신문 한 장을 보여줬다. 그리곤 내게 말했다. "너 나중에 진짜 특별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그래."

 

  당시 대산 문학상에서 은상을 수상한 후, 지역 사회 문화시설에 장학금 전액을 기부를 했다. 내가 나고 자란 지역은 글쓰기 강좌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곳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지역 신문에서 기사화했고, 친구는 신문을 보고 나에게 싸인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 계기로 나는 나의 꿈을 더욱 사랑하게 된 것 같다. 나의 주변 환경은 여전히 너무 밉고 분노로 가득했지만, 내 꿈의 열정을 느끼게 되었다. 열정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다. 분노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집요하게 꿈을 쫒지 못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친구 덕분에 내 꿈을, 내 글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뜻처럼 되지 않는 주변 환경은 내가 뛰어넘어야 할 허들일 뿐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세상 속에 살기 때문에 나의 역량을 다한다고 해도 실패할 확률은 여전히 외부에 존재한다. 50대 50의 확률 게임에 승산을 높이기 위해서 나의 꿈의 열정이 얼마나 큰지는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 했다.

 

  6년이 지난 지금, 나는 저 게임에서 이겼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게임은 2년 동안 펼쳐진 길고 긴 게임이었다. 내가 이겼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당시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내가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5년 더웠던 여름, 싸인을 해달라고 찾아 온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지만, 나는 아직도 그 친구를 생각하며 도전의 용기를 얻는다. 언제 만나게 된다면 꼭 고마움의 표시를 하고 싶다. 그 친구는 나의 꿈에 불을 지펴준 것과 다름 없다. 아직도 활활 타는 열정으로 내가 굴러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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